“여기는 완전 워크숍이에요. 일반적인 디자인 센터가 아니라 연구실에 더 가깝습니다.”
JJ MAH -
아크테릭스의 디자인 센터는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노스 밴쿠버에 자리한 아크테릭스의 디자인센터 1층 모습을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중간벽 없이 오픈된 구조는 프로패셔널한 연구소처럼, 그래서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책상 아래에서 뒹굴고 있는 강아지, 소파에 눌러 앉은 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재봉틀이나 컴퓨터, 절단기 앞에 앉아 온 신경을 집중하는 직원들.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재봉틀을 붙잡고 씨름하는 사람도 보이네요. 그러던 찰나, 연구개발 베테랑인 마이크 블렌칸이 분주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허리에 양손을 올립니다. 무언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그가 테스트하고 있던 어떤 방수 제품일 수도 있고, 소매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던 중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이러한 세부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그의 업무입니다. 제품의 경량화가 최대한으로 이루어졌는지, 접착방식은 적절한지를 항상 체크하고, 그렇지 못할 시엔 특유의 비유와 은어를 섞어 목소리를 높입니다. “항상 정확하게 해야 한다니깐. 좋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눈에띄게 되어있어 .” 괴짜답지만… 천재임은 분명하죠.
블렌칸은 오늘날의 아크테릭스를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어떤 장애물이 막아서도 좋은 아이디어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WaterTight™의 지퍼를 예로 들어봅시다.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아웃도어 산업과 방수 재킷 제조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죠.
Softshell 또한 블렌칸이 신념을 관철했던 좋은 예입니다. 지역의 장비 가게에서 스프레이 온 접착제를 사용해 서로 다른 두 개의 섬유를 하나의 천으로 래미네이트 시켰고, 그것을 Polartec®로 보내 “이렇게 만들어 달라”라고 요청했죠. 그렇게 Polartec® Power Shield™가 탄생했습니다.
괴짜 하면 또 연구개발부의 탐 페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최근 작품은 중국 장난감 ‘핑거 트랩’과수목 관리사들이 쓰는 도구의 특징을 접합시킨 허리벨트인데, 별도의 줄이나 버클 없이 고정과 길이 조절을 할 수 있는 것 이었죠.
훌륭한 아이디어들이지만, 이걸 어떻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걸까요? 페일이 만든 허리벨트가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수개월에 걸쳐 풀어야 할 퍼즐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일론 웨빙을 정확한 순서대로 배열한 뒤, 그걸 뒤집어서 마운틴 가이드 팬츠에 삽입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던 것이죠. 페일이 그 프로젝트를 들고 찾아갔을 때, 엔지니어링 팀원들은 그가 또다시 엄청난 숙제를 가져왔다는 걸 알았죠.
아크테릭스는 시간을 투자라는 개념으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시간은 비용이죠. 넉넉하게 주어진 적이 없어요. 아이디어에 따라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한 방정식에는 시간 말고도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합니다. 바로 생각이죠.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 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캐나다에서 디자인되고, 해외 공장에서 제작되고, 유럽에서 판매 되어야하는 구조라면 더욱 중요합니다. 수입과 수출, 관세로 인한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생각.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가시적인 상업 제품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시간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캐나다에서 디자인되고 해외에서 제작되어 유럽에서 팔리는 신발의 가죽 비율을 바꾸는 것 하나로 관세로 인해 제품의 제작 비용에 기하급수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에 주머니가 있고 없고 차이가 솔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부착되어야 하는지, 해당 제품에서 주머니의 목적은 무엇인지, 주머니가 없어도 괜찮은 제품인지를 비롯해 모든 제품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야말로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페일리나 블렌칸과 같은 해결사들이 아크테릭스에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믿으며,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블렌칸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는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는 상황이 벌어지긴 합니다만, 그중에 몇몇은 그의 복잡한 말을 알아듣고 수행해냅니다. 그렇게 그가 만들어낸 프로토타입 재킷을 입어보면 신의 가호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심플하며 필요한 것만을 남겨놓은 디자인과 현장의 수많은 요구와 테스트를 거치고 살아남은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이니까요.
본질만을 남기고 걸러진 정수. 그것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지난 수년간 디자인에 몸담아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을 때 느낌이 먼저 와요.”
마이크 블렌칸 -
아크테릭스 디자인 센터에서는 2017년 한해 603개 품목의 제품들이 디자인되고 개발되었습니다.
셜리 찬 -